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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발바닥(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윤찬모
장편소설
신국판 / 392쪽
2015년 12월 25일 발행
979-11-5860-377-9(03810)
14,000원

120년 전에 살았던 그들이 죽음을 넘어 지키고자 했던 것.
역사의 고증을 통해 섬세하게 써내려간 을미의병의 기록.

捨魚而取熊掌, 捨生而取義
-맹자의 「고자」, 상편 중에서-

사람이 살아가다가 죽음과 맞바꿔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게 있다. 맹자는 그걸 의라고 하는데 사람이 삶마저 버리고 택해야하는 의(義)라는 것이 과연 무얼까. 돼지 무리 중에 아무리 똑똑한 놈이라도 의를 지키기 위하여 죽음을 택하는 대목에서 사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참으로 이해 못할 것이 사람의 세상이라고 투덜거렸겠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싸워온 역사는 결국 각자의 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삶이라고 다 같은 삶이 아니듯이 모든 죽음이 다 같은 죽음이 아닌 것이다. 을미년에 의병을 일으킨 그들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죽음을 죽으면서 가슴으로 끌어안고 굳게 지켜온 것은 상투 끝에 달린 의(義)였다. 그로부터 일백이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지켜야할 의가 무엇인가. 죽음과 맞바꾸도록 소중하게 지켜 내야할 것이 무엇인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답은 바뀌지 않았다. 그 때의 얼굴 껍데기만 바꿔서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상투를 자르려고 혀를 널름대면서 어른거리는 망령들이 바다건너에서 아직도 살아 날뛰는 걸 보면 지금의 바깥정세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그 때에 의병을 일으켰던 젊은이들의 고뇌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이 땅 위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맴돌면서 지켜 싸워서 이겨내라고 명하고 있는 것이다.

일백이십 년 전에 살았던 그들과 시간을 넘어선 소통하기 위하여 2015년 을미년을 보내는 즈음에 이 책 『조선의 발바닥』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 소설로 못다 한 말-


■ 작가의 말

『조선의 발바닥』은 1895년 을미년에 지평군(지금의 양평군)에서 젊은 유생과 포수가 뜻을 모아 일으킨 의병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단발령으로 일어난 공분의 화약고에 불을 댕긴 지평에 세 젊은이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일백이십여 년 전으로 뒷걸음질을 쳐서 자료를 모으고 그들의 흔적을 되밟았다. 그들의 힘겨웠을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파고들면 들수록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풀려다가 새롭게 써내는 기나긴 시간 여행을 이제야 마친 것이다.
그때에 지평에서 일어난 을미의병에 대하여 기록으로 전해오는 자료는 많이 있지만 의문의 빈 곳들이 많아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소설로 형상화하여 메우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제야 마치게 되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평 땅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세 젊음이 어떻게 큰 군사를 일으키려는 간 큰 생각을 했었는지. 그토록 큰일을 하게 한 가르침이 무엇이며 배움의 뿌리는 또 누구인지. 동학으로 쫓기는 쪽과 쫓던 쪽이 어떻게 의기투합하여 한 편이 되는지. 머리카락을 지키는 일이 목을 지키는 것보다 그리도 더 중한 것인지. 그때에 위정자들이 구하고자 했던 것이 과연 나라였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체통이었는지. 귀한 아들을 선뜻 사지(死地)로 내보내는 아비와 어미의 심정이 어땠는지. 홀어머니와 처자를 두고 기꺼이 싸우겠다고 나가는 아들들의 결심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야기가 한 대목씩 풀리면서 그들의 가슴속에 묻혀 있던 공분이 작가의 가슴으로 스르르 옮겨 붙어 쓰는 몇 달 동안은 거의 신들린 채로 지냈다.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묘 앞에서, 그들이 싸웠던 흔적어린 땅 위에서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싸우게 했느냐고 묻고 또 물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대답이 의병은 시대를 넘어 이 땅에 잠재하고 있는 나라 지킴의 근원이란다.
쥐들이 조선 땅에 어지러운 상황을 예고하면서 동학도가 처참하게 죽어간 과정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역사의 밑에 고여 있던 그 가족들의 삶도 파보고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뒷얘기도 펼쳤다. 거울을 보듯이 왜병들의 눈으로 조선을 다시 비춰 보기도 하였다. 소설이 아무리 허구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진실이라고 판단되는 부분들은 그대로 살려 썼다. 동학도와 관군의 싸움, 단양 장회협의 승전, 충주읍성 치고 빠지기, 수안보전투, 가흥창 공격, 남산성 결전, 모두다 승패를 떠나서 결코
헛되지 않은 값진 희생이 서려 있으니 읽으면서 그 의미 또한 되새겨지리라 믿는다.
출간에 즈음하여 고귀한 목숨을 오로지 의(義) 하나에 바치고 이 세상을 떠난 을미의병 영령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 작품을 쓰는 데에 넉넉한 자료와 생생한 구술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을미의병 후손 제위께 이 지면으로나마 감사와 위로를 표하고, 책을 만들어 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사장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대적거리도 안 되는 쥐들과 고양이의 싸움을 붙이면서『조선의 발바닥』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작가를 떠난 이 책, 조선의 발바닥이 어떤 형상으로 세상 사람들의 손에 쥐어질 것인지는 읽는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용문산 백운봉 밑에서
윤찬모

 

 

작가의 말

묘서(猫鼠)뎐
동(東)으로 간 사람들
풍암리에 사냥꾼들
짐(朕)의 의(意)를 극체(克體)하야
지평에서 안창으로
승자의 패주
조선의 발바닥
고장 난 육혈포
장미산 회군
돌아온 의병

 

윤찬모尹讚模

경기도 양평 출생.
월간《문학저널》단편「잠을 먹는 꿈이」로등단.
장편소설『여울넘이』
중편소설『미끼』
소설집『잠을먹는꿈이』(전자책)
공저『흐르는 강물처럼』『등불이 되어 빛나리』『별을 보며』
문학저널 작품상, 창작문학상 수상.

E-mail: ycm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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