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시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다 애써서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다
내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한다면 그냥 두시지요 어디 간들 그리움이 없겠나요
새처럼 날다가 두더지처럼 기다가
행복은 행복한 사람만이 압니다
아픔도 사랑으로 그렇게 울면서 우리 살아왔지 않나요. 2024년 초여름 청양 백월산 아래서
시인 박현조 *감상평을 실어주신 허성수 소설가님께 감사드립니다.
■ 본문 중에서 **묵주 한 알의 무게
수많은 애환의 기도, 상처, 묵주는 알고 있다
그 무거운 묵주 한 알, 가볍게 빠르게 돌릴 수는 없다
손끝에서 가슴으로 콕콕 아프게 저며드는 기도의 흐름을 아는가
거짓 평화 외치던 젊은 날의 위선과 기만을 아는가
성인의 말씀 십여 년 배달하는 신부님의 아침 기도 소리 들리는가. *‘묵주’는 가톨릭교회의 성물로 구슬이나 나무 알 등을 10개씩 구분하여 다섯 마디로 엮은 환으로 되어있으며, 끝에는 십자가가 달려있다. 마치 십자가 목걸이처럼 생겼으나 목에 거는 장신구는 아니다. 기도문을 암송할 때 그 횟수를 세기 위해 손가락으로 사용하는 물리적 도구다.
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성찰에 대한 채찍이 아닐 수 없다. 시인에게는 지난 10여 년간 매일 아침 카톡으로 기도문을 보내주며 부족한 신앙을 일깨워 주는 신부님이 있다. 고단한 일상에서 그가 주는 짧은 메시지는 영혼에 안식과 위로를 주는 생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