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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을 채우는 시간
김정옥
수필
4*6판/240쪽
2026년 6월 1일
979-11-6855-467-2(03810)
16,000원
■ 작가의 말

삶은 빈칸 채우기다. 
크고 작은 빈칸들을 어떻게 채울지 몰라 공백으로 남길 때도 있고, 마구잡이로 꾹꾹 눌러 담아 넘쳐날 때도 있었다. 빈칸의 해답을 풀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졌고, 채우려 할수록 엉뚱한 것들이 채워졌다. 
내가 채운 빈칸이 누군가에게는 정답이 아닐지라도 그것은 나만의 문양이자 방식이다. 헐렁한 여유로 이뤄낸 소박하지만 알차고, 화려하기보다 산뜻한 삶의 문장이다.
빈칸을 그들먹하게 채우는 시간은 행복했다. 나는 한 칸 한 칸 채워가며 마음밭을 들여다보고 정성 들여 가꾸었다. 그 채우는 시간이 생의 한마디쯤 쉬어가는 온쉼표가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앞으로만 내닫던 속도를 한 박자 늦출 수 있었다. 미완인 내가 완성의 궤도에 오르려고 수없이 펜을 고쳐 잡으며 보람도 느꼈다.
일상에서 설레었던 순간들과 노엽고 애달프고 가슴 벅찼던 이야기를 그러모아 글을 엮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를 옥죄고 있던 삶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나의 빈칸 채우기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보다’에서 시작해 ‘묻다’로 나아가고, ‘풀다’를 거쳐 ‘알다’에 이르렀다가 다시 ‘차다’로 돌아온다. 이 다섯 갈래의 흐름은 직선이 아니라 우주의 순환처럼 돌고 도는 움직임으로 내 삶의 빈칸을 가득 채우는 구심력이 된다. 
첫 수필집 『꺼꾸리에 올라』를 상재한 지 5년 만에 또 한 권을 엮는다. 
『빈칸을 채우는 시간』이 나오기까지 말없이 지지해 주는 가족이 있어 든든하고 고맙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는 모든 인연에게 이 책을 전한다. 

2026년 새봄에
綠雲 김정옥


■ 본문 중에서


내 마음에 금을 친다. 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게 될까 봐 지그재그 금을 긋는다. 메마른 이웃에게 따뜻한 눈길로 넘나들도록 이곳저곳에 넉넉하게 점금을 부려 놓는다. 이기심과 삿된 마음은 꽁꽁 여며 찐한 실금을 두른다. 가장 두려워야 할 탐심에는 더욱 강력한 이중 실금을 긋는다. 
―본문 「금, 금, 금」에서


범패梵唄에 따라 하얀 나비춤을 춘다. 단세포처럼 단순하던 나는 삶을 통찰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다치고 덧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내 안에 밀쳐둔 공감과 사유는 서로 교차하다 합을 이루고 더 크게 확장해 나가는 배짱도 생긴다.
―본문 「환승」에서

■ 차례


작가의 말 ・4

1부 보다

금, 금, 금 ・12
면봉 ・17
꽈배기 ・21
물티슈 ・26
병뚜껑과 나선 ・29
팔꿈치  ・33
살굿빛 발톱 ・38
미용사  ・42
메이드 인 정情 ・46
조선의 막사발 ・50
간을 맞추다 ・53


2부 묻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60
파트너 ・64
리베로 ・69
두 마음 ・74
그들의 셈법 ・79
보살을 만나다 ・83
한여름 밤 우리들의 수다 ・87
눈이 전하는 말씀  ・91
제비뽑기 ・96
그때 그랬지 ・100


3부 풀다

풍경을 읽다 ・106
봉명동의 저녁 ・111
풀리는 중 ・116
거꾸로 오르다 ・121
다시 제자리로 ・125
시간을 날리다 ・128
벗겨내야 할 것들 ・133
부사副詞 ・137
꼿꼿하게 살다가 ・140
왼쪽을 위하여 ・145
순백의 밤하늘 별 밭에 ・149


4부 알다

두 번째 터널 ・154
환승 ・158
홀가분한 구속 ・163
운수 좋은 날  ・167
동나지 않은 설렘 ・171
길 위에서 ・175
돌, 돌, 돌 ・180
내려놓기 ・184
잔치국수 ・188
꾸역꾸역  ・191


5부 차다

주사를 맞으며 ・196
짓는 중  ・201
21일, 그 사소한 ・206
목소리에 마음을 담다 ・210
톡톡 치세요 ・214
온쉼표 ・218
턱을 넘다 ・222
여전히, 그 뒷말 ・226
해방 ・231
빈칸을 채우는 시간 ・235

綠雲 김정옥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2018년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을 썼다.
2021년 수필집 『꺼꾸리에 올라』를 냈다. 
현재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내륙문학회, 충북수필가협회, 수필미학작가회, 
무심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제2회 한국수필독서문학상 수상
2020년 생활문예대상(좋은생각) 입선
2021, 2026년 충북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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