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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누름 축제
박인목
수필집
국판/288쪽
2025년 1월 5일
979-11-6855-308-8
16,000원

■ 책을 내면서


책을 내면서
—축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축제를 경험하면서도 정작 축제인 줄을 모르고 지내왔다. 이제야 생각하니 음악과 춤, 술과 떡이 있어야만 축제인 것은 아닐 것이었다. 함께 웃고 함께 눈물짓고 함께 안타까워하면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순간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축제가 아닐까 한다.


유년 시절 보리누름에 도리깨질로 비지땀 흘리던 순간이 내게는 축제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수월찮은 세월이 흘렀다. 한때는 일만 하다가 좋은 것들을 놓쳤다며 아쉬워도 했지만, 왜 그토록 열심히 일을 했는가는 진지하게 곱씹어 본 적이 없었다. 일이 주는 보람과 만족, 기쁨과 성취가 있었기에 일에 몰두하였을 터인데도 말이다. 그런 보람을 한정 없이 누렸으니 나는 얼마나 행운아였던가.


오늘도 강남역 근처 작업실로 나는 출근한다. 빌딩 숲 사이로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글 한 편을 쓴다. 지인과 메일로 사연을 주고받고, 찾아온 친구와 맛있는 점심 식사도 즐긴다. 퇴근 무렵이면 ‘오늘 하루 즐겁게 지냈구나’라는 뿌듯함에 젖는다. 나에게 축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축제는 또 있다. 올해는 결혼 45주년, 소중한 반려자 주선애 권사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 책을 드린다. 사랑하는 두 딸과 사위, 손녀 모두 축제의 주인공들이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축제의 연속이기를 기도한다.


바쁘신 중에도 찬평을 아끼지 않은 홍정화 평론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도서출판 청어 이영철 대표와 관계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아름다운 축제가 늘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 12월
함박눈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박인목


■ 본문 중에서


나뭇가지로 햇볕을 가린 멸치상자에는 갓 잡은 멸치가 펄떡거린다. 어머니는 참새미 물로 횟감을 장만하시고, 광속에 아껴 두었던 농주를 꺼내 오신다. 도리깨질 일꾼들이 입맛을 다시며 자리를 잡고 앉는다. 치자나무 그늘 아래에는 멸치회 잔치가 펼쳐진다.
 — 「보리누름 축제」 중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 앞에서 뒤돌아보니 그때까지 두 모녀는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 내외도 손을 크게 흔들어 주었다. 그 순간 코엘 칼링처럼 예쁜 손녀의 목소리가 가슴으로 날아와 꽂혔다. “안녕!” 아내의 눈에는 아까부터 이슬이 맺혔고, 나도 코가 찡했다.
— 「싱가포르의 코엘 칼링」 중에서


미망인 심 여사는 울먹였다. “서너 달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부엌일을 도맡아 하는 거였어요. 밥하는 건 물론이고 반찬도 만들고 냉장고 청소도 해주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어요. 새벽에 일어나면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도 틀어주었답니다….” 노부모 봉양에 힘든 아내한테 진 무거운 빚을 두고 그냥 떠날 수는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학처럼 살다간 친구」 중에서

책을 내면서 6


1부  택시 위로 점프한 골키퍼


택시 위로 점프한 골키퍼  15
한 잔 더  21
단골 바꾸기  26
어떤 입학식  31
옥천사의 휴일  36
Do it myself  41
그곳에 학(鶴)들이 모였네  46
독사 감독과 악바리 선수  51



2부  떠날 때는 말 없이


설날 덕담   59
장수 기업  62
떠날 때는 말없이  67
조문효도  72
옛날 조조 지금 조조  77
고추농장 할머니  82
우천시가 어디요  87
좌우명  90
거짓말 랭킹  95



3부  학처럼 살다간 친구


봄날은 가는데  103
보신탕 추억  106
학처럼 살다간 친구  111
비밀번호  116
끝내 못다 한 말   121
여백이 필요한 시대  125
Paris에 대한 환상  130
고부  133



4부  보리누름 축제


내가 좋아하는 것들  139
디토 소비  143
쌀보고감차  148
고자미동국 언어   151
보리누름 축제  157
해프닝  162
북해도 피서여행  167
도시의 유목민   172
정곡(正鵠)  177



5부  싱가포르의 코엘 칼링


청마가 사랑한 여인  183
얼굴 좀 보세나  188
차장(車掌)과 자취생  191
해꼽다  196
우리 가족 켄야  199
싱가포르의 코엘 칼링  204

황진이와 서화담  211
장사도 시비(詩碑)  216
설마 그런 일이  224



6부  100살까지 산다면


100살까지 산다면  231
21그램을 향하여  236
『보르헤스와 나』를 읽고  240
어디 사세요  245
지하철 노약자석  250
세월이란 나쁜 놈  253
선악(善惡)의 무게  257
행복하세요  260
경제 영토  265

박인목의 작품세계_홍정화(가천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정담(情談) 박인목


경남 고성에서 출생.
가천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세청에서 국장으로 명예퇴직한 뒤
세무법인을 운영하며 고객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7년 현대수필 가을호에 〈마지막 여행〉으로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등단, 이번에 네 번 째 수필집을 엮었다.
그는 고백한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축제를 경험하면서도 정작 축제인 줄을 모르고 지내왔다고. 이런저런 아픔과 힘들었던 순간까지도 이제 와 생각하니 축제였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영학박사, 세무사, 세무법인 정담 대표이사(현)
-칼럼니스트, 국세신문·일간NTN 논설위원(현)
-앨트웰 민초장학재단 감사(현)
-가천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전)
-홍조근정훈장 수상(2010년 12월)

-한국문인협회 회원·계간현대수필작가회 운영이사
-수필집 : 『어느 행복한 날의 오후』, 『거기 행복이 있었네』, -수필집 : 『갈모봉 산들바람』, 『보리누름 축제』
-저서 : 『아름답고 행복한 상속』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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