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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유통기한이 없다
조영미
시집
국판변형/160쪽
2025년 9월 23일
979-11-6855-382-8(03810)
13,000원

■ 시인의 말


하나의 노래를 수없이 들을 때가 있습니다
별 게 아닌 음률 하나가 절실히 다가와
먹먹한 가슴을 엉근 실로 띄엄띄엄 꿰매며
크고 작은 생채기를 아물리듯이
편곡한 생의 밥상을 곱게 차려 놓고
칸타빌레 음표를 한 올 한 올 올려봅니다
그래도 몹시 울고 싶은 날엔
불끈 살고 싶게 하는 곡을 비타민처럼 꺼내 먹으며
그리움은 그리운 대로
동침이 함구되는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사카린을 한 꼬집씩 첨가해 봅니다


바람에 뒤집혀 파르르 떠는 나뭇잎이
어찌 서글프지 않을까마는
뒷모습도 어여쁜 나뭇잎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살아오며 어질러 놓은 길에 비질하는 일입니다


툭하면 눈물 매달고 나오는
그 흔하디흔한 풀꽃이 모여
내 안에 분신 같은 행성 하나 짓고
독경하듯 조우합니다


―노을이 비껴가는 창가에서



■ 본문 중에서


*쇳대


사랑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문 앞에 걸린 쇳대


길고 캄캄한 터널
머리 풀고 앉은 운무 속에
아직도
잃어버린 열쇠를 끝없이 찾고 있다


삶이


사랑이


어찌 그렇게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인지


내 안에 갇힌 사랑
깊기도 하다 그 울림



*당근은 유통기한이 없다


발굽이 닳아 주저앉을 때까지
등짐을 내려놓지 못했다
온 생을 굴러 질겨진 근육으로
앉을 자리 설 자리 소명을 다하다
늙고 병들어 돌아와 누운
을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호적을 둔갑한 놈
나사 조이고 분칠한 놈
때 빼고 다림질 한 놈
헛간에서 죽다 산 놈
쓰레기장에 비 맞던 놈
유품에서 낙오된 놈
멀쩡히 가출한 놈
상처도 인생이라는 놈 놈 놈


무릎 땜질된 모든 사연이
만물상에 나와 앉아 허드렛일을 기다린다
당근은 유통기한이 없다


2 시인의 말


1부 내 하나의 행성


12 삼월 말馬날
14 모닝 커피
15 퍼플섬에서
16 꽃구경
17 양귀비
18 칡넝쿨
19 봉숭아
20 퇴근길 애상
21 가장자리
22 로또점
23 고추 닷 근
24 개망초
26 갓개 포구의 자취
27 발톱
28 글로벌 개털
30 공모전
31 만추 1
32 면허증 갱신
34 소설小雪
35 동면
36 명절 식혜를 앉히며
37 익지 못한 것들
38 내 하나의 행성
39 택배 상자
40 구드래 목로에서
41 분재



2부 가을, 그 잔인한


44 카네이션
45 모나미 볼펜
46 입춘 그 눈빛에 속아
47 雨水
48 복사나무집
49 낙화
50 여산 장터 포차에서
52 오월 연가
53 뚜껑 인생
54 송화
55 다만 있으므로
56 선거철
57 무릎
58 스카이댄서
59 옥수수를 파는 여인
60 이렇게 맛있는데
61 밥의 말씀
62 신발 한 짝
63 나도 먼지다
64 고추장 한 숟갈
65 시월 마지막 날
66 가을 산에 깃들어
67 만추 2
68 가을, 그 잔인한



3부 쇳대


70 쇳대
71 당근은 유통기한이 없다
72 성에
73 춘설일에
74 명아주 지팡이
75 자화상
76 밤 벚꽃
77 술시
78 몸뻬에 대한 사유
80 봄 소풍
81 식탁 앞에서
82 푸른 바람
84 가을 예감
85 시월 한가운데 서서
86 멍에
88 동짓날, 암자의 그녀를 그리다
89 첫눈
90 빵집 앞 풍경
91 섣달
92 詩를 파종하다
93 가지 않은 길
94 나의 귀향
95 그믐달



4부 빛들에게로


98 옹기 항아리
100 남이南二 가는 길
101 빛들에게로
102 밤 벚꽃놀이
103 이불을 터는 여자
104 물짐치
105 다랭이길
106 소
107 향수
108 장마
109 말매미
110 선물
111 어느 가을날의 오후
112 처서 
113 12월의 칼국수
114 터미널 국밥집
116 울지 마라
117 전시장
118 폐차 그 영원한 이별
119 고로쇠 축제
120 그리움의 정석
121 푸른 잣나무밭이 사라졌다



5부 신록이 피면 아픔도 가고


124 마중
125 손수레
126 중환병동에서
127 대상포진
128 연말연시
129 신록이 피면 아픔도 가고
132 어쩌다 보니 김치녀
134 달인
136 송전탑에 걸려든 잠자리
139 하나님 우리 하나님(콩트)


해설 _손희락(시인·문학평론가)
142  불교적 시각으로 자아와 세상 바라보기

조영미


1961년 경기 가평 출생
1996년 부여문화원<사비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시작
2009년 이삭문학회 창립회원
2010년 한국이삭문학상 수상
2014년 한국이삭문학인협회 운영위원
2021년 한국문인협회논산지부<논산문학>회원
2023년 종합문화예술회 멍석 운영위원
2025년 충남문화관광재단 문학예술지원공모선정


<시집>
『당근은 유통기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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