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시인은 시를 써야 시인이다!
나는 나의 신념의 법을 따라가겠다! 2025년 8월 이윤선 씀
■ 본문 중에서 시인은 시를 써야 시인이다! 나는 나의 신념의 법을 따라가겠다!
머리말에서 단, 두 줄의 말, 작심(作心)의 의사를 표한다. 시인에게 말은 길어서! 짧아서! 아니다. 한 줄 문장에 현대 시의 장르와 경계를 흔들게 한다. 현대 시는 산문과 시, 영상과 텍스트, 퍼포먼스와 낭독이 어우러지는 복합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시는 더는 책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영상 시, 낭독극, SNS 시 등 새로운 매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파괴된 자연과 인간성의 위기 속에서 시는 생태적 감수성과 존재의 근원적 물음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히 개인의 체험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영적 시학도 강화되고 있다. 이 시인이 풀어낸 매미처럼 ‘이 여름을 울고 싶다’라는 것이 하나의 증거다. 한국 현대 시는 세계 문학과 활발히 소통한다. 번역과 디지털 매체를 통해 시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한편, 각자의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붙잡으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는 “뿌리 없는 보편성”을 경계하고, 자기 언어와 장소에서 시작되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이윤선 시인의 시적 발상을 지구의 부분으로 논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생각일 것이다. 현대 시가 자유로운 언어 실험과 사회적·존재적 성찰이라는 두 축 위에 서 있다. 이윤선 시인의 시의 방향도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다원성과 개방성 속에서 흘러간다. 시는 “어디로 가는가?”라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매미처럼 이 여름을 울고 싶다 올해는 매미 소리가 쨍쟁쨍 꽹과리 소리처럼 내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접신된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 울고 싶다 속으로 울고 있는 내 마음이 저 무수한 울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싶다 나는 인간이라서 울음보를 터트리는 것에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어 통곡하고 울부짖는 것에도 체면 따위 같은 알량함이 필요해서 매미의 울음들을 왕창 다운로드해 와서 매미들이 여름을 울어대싸서 몸살을 앓는다고 핑계를 대고 싶다 나는 결코 울지 않는데 저 염병할 참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털매미 늦털매미 소요산매미 참깽깽매미 호좀매미 세모배매미 두눈박이좀매미 풀매미들이 몰려와 운다고 매미 소리로 와장창 와장창 슬픔들을 깨부수며 울고 싶다 나도 저 매미들처럼 여름을 목 터지게 울고 싶다
―최창일(이미지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