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영혼 시리즈를 펴내게 돼서 기쁘다 영혼 2부터는 연을 나누어 1연은 영혼이 세상구경 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2연은 영혼이 말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혼은 시공 초월하고 붙잡을 수 없듯이 글도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널리 날아가길 바란다
2025년 8월 반딧불이 고장에서 윤오숙
■ 본문 중에서 **해설
『영혼』이란 단일주제 안에서 100편의 시가 쓰여졌다. 단일주제지만 내용이 상이한 연작시 형식을 갖추었다. 비유, 은유의 이미지 속에서 공감 영역을 확대한다. 문학은 그 자체가 종교는 아니지만,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한다. 인간은 영과 육으로 구성되었다. 영혼은 실재(實在)하지만, 믿음의 수용은 개체의 자유이다. 긍정과 부정 사이엔 생 전체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영혼을 의식한 삶은 인생행보부터 구별된다. 온갖 유혹 속에서도 좌우 흔들림 없이 직진한다. 이는 한 생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윤오숙의 언어는 혼탁한 세상에서 인간의 욕망에 개입한다. 헛된 욕망이 통제될 때, 영적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터에서 소멸되는 육체는 가짜 자기이다. 사후 영생을 누릴 불멸체가 진짜 자기이다. 이 세상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초월의 세계를 인식시키는 작업은 난제이다. 시인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가 선택한 방편이 시문학이다. 시적 언어를 통한 인간의 구원은 자의식 전환에 달려있다. (……) 이 시의 결론은 인간의 죽음이 숙명임을 깨우친다. “창세 전과 말세 후”는 신의 영역인 동시에 인류 역사를 총칭한다. 시인은 독자에게 의문을 제시한다. ‘영과 육이 결합된 상태에서 너는 어떻게 살 것인가?’
**영혼
―영혼,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무형의 실체. 몸이 죽은 뒤에도 영원히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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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신령한 몸이고 혼은 불이다 영혼이 육체 만들어 사람 되고 싶었다 열 달 작정하고 여인 배 속 들어가 육체 창조 몰두했다 몸이 시나브로 만들어졌다 머리뼈 안으로 들어가 뇌 위에 앉았다 마음과 육체 다스리고 인도한다 순수했던 몸이 점점 자라면서 텅 빈 마음을 마약, 술, 도박, 음란, 스마트폰으로 채워가려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살아간다 정신 단련하여 바른길 가라고 타일렀더니 두 눈 부릅뜨고 달려들었다 감히, 화가 머리뼈안을 가득 채웠다 이 몹쓸 육체 책보에 싸서 지구 밖으로 던지리라 불 먼저 나가고 영이 심장에서 숨을 세게 잡아당겨 쑥 빼버렸다 육체 쓰러졌다 뻣뻣해진 몸 버리고 하늘 올라갔다 시공 초월하고 보이지 않으며 창세 전에도 있었고 말세 후에도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