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잔잔하게 흐르는 강변 포도나무에 포도가 익어간다 산비탈 비스듬히 태양빛 받아들이며 알알이 호흡하는 포도알
등 두들겨 주는 강바람에 마음 흠뻑 젖어 붉어지는 살갗
강변에는 포도알이 익어가게 하고 길손들은 포도향에 취하네
강마을 이야기는 강길 일천이백 리 길을 쉬엄쉬엄 흘러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처럼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삶은 강물처럼 흐른다
강마을 풍경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강바람을 느끼고, 물소리에 귀 기울이면 평화로운 마음이 된다
자연과의 교감, 강가에 줄 맞춰 선 포도나무, 풀꽃 하나에 깃든 생명의 신비와 물소리 내며 흐르는 강물의 운율에 이 시어를 띄워본다
삶의 길 위에서 만난 설렘과 기도들이 또한 이 강물을 타고 바다에 닿을 수 있길 소망해 보며 이 시집이 읽은 분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길 바란다
―석양이 물드는 서재 창가에서 석정삼
■ 본문 중에서 **10월의 어느 날
간간이 흰 포말을 품고 달려오는 파도 지중해의 넓은 수평선 바다는 하늘과 포옹하고 있다 해변 모래길 위에 노부부 한 쌍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걷고 있다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온 길 모래 위에 두 사람이 발자욱을 남긴다 그리고 그 발자욱을 파도가 와서 지운다
햇살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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