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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화가들
김현생
예술일반
4*6판/280쪽
2024년 6월 5일
979-11-6855-239-5
22,000원

■ 머리말


‘셰익스피어의 화가들’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오래되었다. 리버풀 대학교의 방문 연구원으로 《바이런 저널》의 편집장 교수의 지도로 학위 논문을 쓸 때였다. 당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지도교수와의 면담에는 반드시 지난번보다 발전된 원고를 제출해야 했다. 잠잘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 시간이 나면 리버풀 부두 가를 거닐었다. 한때 리버풀 항은 아일랜드 정복의 전초 기지로, 또 노예무역의 거점으로 크게 번영했었는데, 그때는 이웃 맨체스터와 함께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쇠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웅장한 건물들이 부두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부두 가까이에는 ‘워커 아트 갤러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전 처음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그린 그림들을 보았다. 화가들은 셰익스피어 희곡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오필리아〉, 〈맥베스 부인〉, 〈로잘린드〉, 그리고 〈리처드 3세〉 등이 화폭 속에 재현되어 있었다.


그림 속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실성한 오필리아, 남편을 왕으로 앉히기 위해 욕망덩어리로 변한 맥베스 부인, 가니메데로 변장한 로잘린드, 불구의 성격 파탄자인 리처드 3세 등이 극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가들의 붓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나 희곡을 읽고 막연하게 그려보았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그것은 슬픔과 아픔으로 넘치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서사였다.


워커 아트 갤러리에서 오필리아와 맥베스 부인, 로잘린드, 그리고 리처드 3세를 만나고 난 뒤 틈만 나면 그들을 찾아가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오필리아와 맥베스 부인의 아픔과 욕망이 마치 내 것인 양 여기면서 또 아름답고 현실적인 로잘린드의 용기와 담대함에 힘을 얻기도 하였다. 리처드 3세를 보면서는 조카를 죽일 정도의 잔인무도함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 없는 인간성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회화는 문학과 다른 감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인물들이 놓여 있는 배경은 인물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과 더할 수 없이 조화로웠다. 회화를 감상하면서 화가들의 조형 의지에 감탄하는 한편 그들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 후 셰익스피어 희곡을 그린 회화 자료를 틈틈이 찾아보고 모으고 정리했다.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자연스럽게 화가의 화집 수집과 미학 이론의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 자료들이 쌓이자 구슬을 꿰어 보석을 만들어 독자들과 공유하고픈 소망이 싹텄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화가들』의 머리말을 쓰다 보니, 이 책은 이미 리버풀 워커 아트 갤러리에서 싹이 튼 셈이니, 그 세월이 어느새 20여 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여전히 우리의 인생처럼 불가해한 부분이 있으며 그의 희곡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도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예술은 늘 호흡하는, 늘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본문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은 작가의 극 작품에서 유래한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거대한 운명 앞에 선 위대한 영웅들을 그려내었다. 그 장면들은 웅장하고 인물들은 위대하다.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처절한 투쟁에서 독자는 공포와 동시에 인간적 연민을 느끼고 마침내 슬픔이 해소되어 고통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화가들은 우리가 그대로 가슴에 남았으면 하는 순간들과 인물들을 화폭에 옮겼다. 그것은 우리의 뇌리에 남아 우리를 감동으로 전율케 하는 현현의 순간들이다. 다시 말해 그 순간만은 그대로 멈춰 영원히 불멸로 남았으면 하는 장면들과 인물들인 것이다. 화가들은 덧없이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화폭에 옮겨 불멸로 만들었다. 멈춰 선 순간의 장면들은 장엄하고 비참하며 처절하고 허무하다. 인물들은 아름답고 슬프며, 강하고 나약하며, 현명하고 어리석다.


화가들은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조형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았으며 그것을 화폭에 옮김으로써 문학 텍스트와 불가피하게 연결되는 회화의 상호텍스트성에 주목하였다. 작가의 비극은 화가들에게 화제畵題로서 상징, 은유, 인유, 인용을 제공하는 밑그림이었던 셈이다.


먼저 1장에서 셰익스피어 비극의 대표작인 『햄릿』을 그림으로 읽고 해석한다. 많은 화가가 햄릿과 그의 비련의 연인 오필리아를 그렸다. 극 작품에서 동생의 손에 살해되는 왕, 시동생과 결혼하는 왕비, 이중적인 성격의 폴로니어스, 아버지의 죽음에 실성하여 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 무덤 파는 광대들, 무엇보다도 복수를 앞둔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사변적인 심리를 섬세한 시적 언어로 표현한 명장면들이 있다. 화가들은 시적 언어 못지않은 섬세한 붓질로 이러한 장면과 인물을 조형 언어로 표현하여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아름답고도 슬프게 표현된 오필리아의 죽음에서 독자들은 그녀의 죽음에 오히려 안도감마저 느낄 것이다. 그림들은 비극이 전개되는 순서대로 배열되어 독자들은 그림과 함께 극 작품을 읽는 효과 또한 맛볼 것이다.

머리말  4


글을 시작하며  17



1 『햄릿』 Hamlet, 1599~1601
 
1막 “나는 네 아비의 혼령이다”  28
2막 “천사 같은 내 영혼의 우상, 가장 아름다운 오필리아에게”  41
3막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55
4막 “오필리아의 화관은 흐느껴 우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져 버렸어”  72
5막 “난 그 입술에 얼마나 자주 입을 맞췄는지 몰라”  92



2 『오셀로』 Othello, 1603~4
 
1막 “시커먼 늙은 숫양이 새하얀 암양을……”  106
2막 “죽는다면 지금 죽는 것이 제일 행복할지 몰라”  121
3막 “난 질투 같은 건 하지 않는다네……”  133
4막 “넌 갈보가 아니더란 말이냐?”  140
5막 “먼저 촛불을 끄자, 그런 다음 생명의 불을……”  147



3 『리어왕』 King Lear, 1605
 
1막 “저는 아버님을 천륜에 따라 사랑하옵니다”  164
2막 “나에게 옷과 잠자리와 음식을 다오”  175
3막 “바람아 불어라, 네 뺨이 터지도록 불어라!”  182
4막 “나는 한 치도 어김없는 왕이지!”  191
5막 “코델리아야,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다오!”  201



4 『맥베스』 Macbeth, 1606~7 
 
1막 “쉬! 요술이 걸렸다”  218
2막 “내게 칼을 줘요!”  234
3막 “욕망이 이루어져도 만족이 없구나”  244
4막 “불어나라, 늘어나라, 고통과 쓰라림아!”  255
5막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  260


참고문헌  274
찾아보기  277

김현생



경기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학위,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거쳐, 대구대학교 연구교수, 영남대학교 교책 교수를 역임했다. 논문으로는 「판소리 『춘향가』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교연구」, 「『혼 왕』과 이슬람」, 「바흐친으로 바이런 읽기」 등 40여 편이 있으며 저서로는 『바이런의 돈 주안: 육체의 자매들』, 『바이런의 오리엔트 이야기: 이슬람 여성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정치』가 있다. 세계적 광포 설화인 ‘용 퇴치자Dragon Slayer’ 민담과 관련된 문명·교류에 관심이 많아 현재 연구·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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