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공포 소설. <귀머거리>, <스티커사진> 등의 방송극화, 영화 시나리오 집필 등의 활동을 펼쳐온 저자가 95년부터 시작했던 공포소설 시리즈를 다시 장편소설과 중단편집으로 손질했다. 일족을 몰살당한 독립운동가의 원혼이 감도는 폐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참흑한 연쇄살인사건, 어느날 스티커 사진에 찍힌 낯선 사람의 얼굴, 엽기적인 식인마 등 소름끼치는 소재를 은근한 공포와 인간 심리 분석을 통해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 줄거리
1권 - 버려진 집
대학교 졸업반인 일한은 연천으로 의료봉사를 떠난 친구 재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장문의 편지엔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사연이 담겨있었다. 재원의 연락이 끊어지자 일한은 재원의 신상을 염려해 연천으로 떠난다. 문제의 편지엔 마을에서 대대로 흉가로 불리는 버려진 집이 등장하는데, 일한은 재원이 그 집에 의문을 품고 비밀을 캐내기 위해 마을에 머물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버려진 집에 얽힌 비밀스러운 사연들은 서서히 밝혀지고 멈추지 않는 의문의 살인행각은 끝없이 피를 부르는데…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집중호우 때문에 마을은 고립되고 마을엔 살인마와 공포에 사로잡힌 마을주민들, 그리고 총 몇 자루밖에 지니지 않은 두 명의 경찰관과 일한이 갇히게 된다. 살인마는 시도때도 없이 마을 주민들과 일한의 목숨을 노리는데… 과연 살인마는 누구일까?
■ 출판사 서평
서늘하게 와닿는 일상의 공포
작가 유일한은 '지금, 여기'의 현실을 소재로 삼는다. 그의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나 인물들은 결코 영화에 나올 법한 유별나고 특이한 공간이나 사람이 아니다. 버려진 흉가, 군부대, 독서실 등이 그가 즐겨 채택하는 공간들이고 평범한 대학생, 고교생이나 군인, 독서실 주인, 회사원 등이 악의 화신이 되거나 살인마에게 쫓기는 피해자가 된다.
독자들에겐 이렇게 친숙하고 가까운 공간과 인물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을 때 보다 큰 효과를 발휘한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일구는 곳이 한순간에 선혈이 낭자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섬뜩한 공간으로 바뀌고, 어제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이 광기를 내뿜으며 돌변한다면 어떻겠는가. 얼핏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설정이 주는 공포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철저한 판타지'로서의 공포와 아주 큰 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읽었을 때 실제로 체감하는 공포지수는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공포에 미스테리까지 가미된 호러소설의 진수
미친 살인마가 나와서 무조건 사람을 죽이는 식의 소설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유일한의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속내를 깊숙이 파고들어 그곳에 현미경을 들이대듯 자세히 관찰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희노애락이다. 바로 그런 사사로운 감정들 속에서 피를 부르는 원한도, 씻을 수 없는 죄도, 가셔지지 않는 공포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포 코드에 미스테리 구조를 혼합해 놓는다. 누가 누구를 노리는지, 누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은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을 빨라지게 하고, 숨이 가쁘게 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으시시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