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자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시집을 상재하면서 저명한 평론가에게 평설을 부탁했는데, 평론을 사양하면서 하시는 말씀. “당신 시는 나 혼자 평을 하는 것보다는 많은 평론가들의 몫으로 남겨 두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래… 저작권부터 없애고 시에게 날개를 달아 주자.” 저작권은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의 활성화에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시집 『술 -삶은, 덜 채워도 꽃피는 진실』은 출간일로부터 5년간 출판사와 협의 하에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한국저작권협회에도 통지를 할 것입니다. 저는 시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일 뿐, 정작, 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건 글을 사랑하는 독자님들과 평론가 및 언론매체들일 것입니다.
생각하게 하는 시. 읽을수록 생각의 폭을 넓히는 시를 쓰고자 합니다. 제 시가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사랑을 당부 드립니다.
2021. 5. 16. 치악산 죽현당에서 저자 가람
■ 본문 중에서 *설중매
뭐가 그리도 고고 하냐 춘설이 녹기도 전에 피었네 뭐가 그리도 성급 하더냐 따듯한 봄날에 피어도 될 걸
아니오, 아니오 만발하여 시끄러운 세상이 싫다오 지천에 피어 조잘대는 꽃들 저 잘났다 나불대는 꽃들 시린 삶의 설중매 언 땅 설한풍에 꽃잎 내어 청솔가지, 흰 구름과 목례하는 기쁨 동토의 침묵을 깨고 생각의 한계를 깨고 봄을 알리는 상서로움 찬바람 이기는 기쁨이면 되오
*뱀의 변론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낮은 포복 더 이상 낮출 몸이 없다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죽은 고기는 절대로 먹지 않고 차라리 안 먹어도 석 달은 살 수 있다 수풀을 휘저어 다니며 살고 남의 것은 탐내지도 빼앗지도 않는다 속세를 타고 흐르는 물보다 산중의 아침 이슬을 마시고 산다 뭍사람들이 이유 없이 시기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주는 것 없이 싫어하는 그대들 건드리지 마라 나도 성질은 있다 열 받으면 콱 물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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